당황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암과 싸우시는 우리 환우와 가족분들이
계시는 이 방에,아직은 조금은 거림칙한 호스피스란 제목을 달고 나온 것은
어차피 언젠가는 신세를 져야하고,어쩌면 이 곳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신 분들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대구에서 저보다 먼저 가족의 병환을 돌보든 친구가 소개해준 의사 한분이 계십니다.
대구의료원 호스피스병동 소장 김여환님.
여의사 분이신데 이미 호스피스 쪽에서는 많이 알려진 분입니다.
저도 아직 만나 뵌 적은 없었지만 카톡으로 인사드린 뒤 많은 위로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김소장님도 이달초 어머님을 폐암으로 떠나 보내신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저에게 멜을 주시며 위로를 주시는데 저는 환자는 아니지만 이미
가족으로서의 호스피스의료 혜택을 받고 있는 중 같습니다,저도 모르게.
그 멜 중의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싶습니다.
그리고 회원님들께서도 호스피스에 관심을 가지시고 미리 이해의 도를
넓히는 것이 간병활동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여환선생님.
다음 화욜 KBS 아침마당에도 출연하신답니다.
나와서 어떤 내용의 대화를 나누실지는 몰라도 우리 환우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일 것이라 생각되어 소개드리니
혹 시간되시는 분은 보아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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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3일 받은 멜.
오늘이 꽃샘추위 마지막인가봐요. 약간쌀쌀하지만.. 햇볕이 좋은 날입니다.
세브란스 가셔서 진료하고 계신가요? 의사들은 완치를 위한 치료가 아니면 조금은 무관심해지기 때문에
상처받으실까봐 걱정됩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말기 암환자가 마지막에 선택하는 의료라고 생각하지만, 왜곡된 부분이 많습니다.
하루라도 그곳만은 늦게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호스피스팀이 임종을 많이 돌보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환자가 말기암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어서 결과론적으로
마지막을 함께하는 확률이 많은 것이지 결코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임종을 맞이 하기 위해 우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호스피스팀은 쬐금 남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날이 오기까지 여러가지 증상을 완화시키는 일을 합니다..
3년을 암과함께 지내시다가 치매로 요양원에 입원하신 할머니도 계십니다.. 그러나 그런 확률은 낮기는 합니다.
모현호스피스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수녀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종교와 상관없이 입원할수 있고 시골에 있고 정
원도 있어서 그런대로 쾌적한 곳입니다.
모현의 카리타스 수녀님은 저를 처음으로 호스피스 알려준 다정하고 재미난 수녀님이십니다.. 아마 큰 위로가 되실 겁니
다.. 멀리 있는저보다도.. 훨씬..
제 환자의 반은 아산병원, 국립암센터등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받고 오시는 분들입니다.
아산병원이나 세브란스는 호스피스병동이 없습니다. 그것은 호스피스에대해서
사람의 삶의 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뜻이죠..
그곳은 치료중심이므로 그럴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 곳과 제가 있는 곳을 같이 해서 치료하고 있습니다.
저희 병동이 소문이 나서 치료하면 조금 더 살수 있는데 일찍 포기하는 사람이 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완화의료 입니다.
궁금하시면 언제든지 연락해주세요..
혼자가는 길, 함께 해요가 호스피스입니다. ..
혼자가는 길을 호스피스의사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놀라움과 두려움이 조금 진정되시면.. 글 한번 올리겠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부인께서 아프신것이
정선생님의 잘못이 아니라는것.. 또 정선생님이 못 지켜서 그런것 아니라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어요..
김XX선생님도 죄책감에 많이 시달리세요..
특히 부인을 앞세우는 남편이 이런 마음을 많이 가시는 것을 봅니다..
누구보다 잘.. 하고 계시는 거라고 스스로 격려를 해야합니다..
전 엄마를 내병동에 모셔놓고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렸겠어요.. 낮은 의료의 질때문에 일찍가시는 것은 아닐까? 등등
삶의 시작과 끝은 우리가 선택할수 없는 걸요.. 끝은 블랙홀같아요. 빨아당기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가야하는 걸요.
또다른 상처받으실까봐 죽음이야기는 이만 줄이겠습니다..
김여환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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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4일 받은 편지
어떠신지요?
증상조절이 되지 않은 환자 연락이 오면.. 멀리 있어도 그 고통이 느껴집니다..
통증은 감정이므로.. 아마 정선생님부인은 통증은 별로 없을것 같네요..따뜻한 남편분이 계시니까요..
두개가 있어야 진짜래요.
불행이 있어야 행복이 있고, 죽음이 있어야 삶도 있답니다.
삶이 없는 호스피스는 죽음을 미화하는 것 뿐입니다. 또다른 삶이 호스피스입니다..
누군가 가는 길을 먼저 갈뿐이라는 '혼자가야해'라는 동화책을 보여드립니다.
혼자 읽으시면 슬프실겁니다. 꼭 제가 보내드리는 글과 같이 읽어주세요..저는 누구에게나 우리병동에 오시면 이책을 같
이 읽어드립니다..
1.혼자 가는 길, 함께해요
서로 다른 것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살아온 사연도 다르고, 성격도 제각기인 다른 사람들이 하나가 되기란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 ‘하모니’가는 그런 이야기이다. 절대로 하나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죄수들이 함께 노래하는 따뜻하고 가슴이 뭉클한 이야기이다. 교도소에 올 수 밖에 없었던 절망적인 상황을 음악이라는 공통점을 통해서 사랑스런 감동의 하모니를 연주한다.
‘하모니’는 청주 여자 교도소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교도소에서 아들 민우를 낳은 재소자 정혜(김윤진 분)는 법에 따라 18개월 후면 민우를 입양 보내야 한다. 어느 날 교도소 소장은 합창단 결성을 제안했고, 훌륭히 성공시키면 아들 민우와 함께 하루 동안 특박을 약속 받는다. 오디션이 열리고, 오합지졸(烏合之卒)이던 합창단은 전직 음대교수였던 사형수 문옥(나문희 분)이 지휘를 맡는다. 피나는 노력으로 합창단 하모니는 점차 아름다운 화음을 갖추게 된다. 성공한 합창단 덕분에 정혜는 아들 민우와의 특박이 주어진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하는 사람은 전직 음대 교수 문옥이다. 그녀는 사형 당하기 직전까지도 합창단을 지휘하고, 희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을 것 같은 어둡고 칙칙한 교도소 생활을 밝게 만든다. 문옥은 자신도 언제 사형을 당할지 모르는 하루하루가 불안 초조 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
내가 근무하는 호스피스병동의 생활은 이런 내용의 영화 ‘하모니’와 비슷하다. 환자들은 암이라는 무거운 병을 가지고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입원이 될 수 있는 인생의 마지막 묵어가는 여관에 속속 도착한다. 구구절절한 자신의 인생사연을 가지면서, 마음과 몸이 아프다.그러나 호스피스팀은 의료적, 사회봉사적, 영적인 돌봄을 하여서 조금 남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긴 인류 역사상 해결하지 못한 무거운 주제, ‘죽음’을 통해서 우리는 하나로 된다. 물과 기름과 같이 한쪽은 살아가는 사람이고 한쪽은 죽어가는 사람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그들이 하나가 되어 들려주는 ‘하모니’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그 누구도 한 번은 가야지만, 함께하면 무섭지도 외롭지도 않다.
미숙 씨는 38살의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 엄마이다. 그녀는 10년 전 유방암을 진단 받았다. 수술도 하고, 항암치료도 씩씩하게 잘 했다. 미숙씨의 길고 부드럽던 머리카락도 항암치료하느라 다 빠졌다. 긴 머리카락을 생명과 맞바꾼 것이다. 가슴과 허리의 척추 뼈도 암이 전이되어 골절이 생기는 바람에 작던 키는 더 작아졌다. 그래도 예쁜 딸과 남편을 위해 열심히 투병생활을 했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했다. 몇 달 전부터 폐까지 암이 전이 되어, 더 이상의 항암치료는 그녀를 힘들게 할 뿐 이였다.
이렇게 열심히 길게 치료한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호스피스의사는 잘못하면 ‘죽음의 사자’로 보일 수 있다. 왜냐하면 생명을 연장하는 항암치료를 하지 않는 의사는 살기를 포기하고 아뭇것도 해주지 않는다고 여긴다. 여기서부터 그녀와 우리가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모른다.
입원하고 침상밖에도 잘 나오지 않고 틀어밖혀 있는 미숙 씨였다. 나는 우선 그녀의 통증과 숨이 차는 증상부터 조절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미숙 씨의 발병(發病) 전 성격이 어떤지 물어 보았다. 쾌활하고 남에 대한 배려가 깊은 아내였다고 했다. 호스피스의사가 하는 일은 발병(發病) 전 성격을 찾아 주는 일이다. 입원 한지 10일쯤 지나자, 통증이 없어지고 그녀는 병실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미숙 씨가 병동복도에서 아침부터 엉엉 울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너무도 서글피 울어서, 의사 가운도 갈아입지 않고 출근복을 그대로 입은 채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어제 맞은 링거가 잘못 들어가서 그 부위가 ‘볼록’ 부어서 어린아이 떼쓰듯이 울고 있었다. 진짜 십원짜리 동전 크기로 오른쪽 팔이 부어 있었다. 아침부터 대성통곡하는 미숙 씨 뒤에는 그녀의 남편이 어쩔 줄 몰라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밤새도록 간병한 뒤, 아침에는 간병사와 교대하고 출근해야하는 미숙 씨 남편은 울고 있는 아내 때문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 빨리 출근하셔서 돈 많이 벌어오세요. 미숙 씨는 우리가 잘 돌볼게요.”
그랬더니, 눈물을 훔치며 미숙 씨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그래…여보. 당신 출근해야지.”
오늘 하루 쉴까하고 망설이는 미숙 씨 남편을 억지로 등 떠밀어 출근시켰다. 그는 동네 중국음식점 사장이었기 때문에 하루 문을 닫으면 손해가 많았다. 그리고 미숙 씨를 슬프게 한 일은 그가 옆에 있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어제 간호사가 링거를 잘 못 놔서 그래요. 그 간호사는 내가 미운 가 봐요.”
“어쩜, 미안해요.”
“어쩌면 좋죠? 흑흑.”라고 그녀는 계속 울었다.
“미숙 씨 생각을 조금만 바꿀까요? 링거가 조금 부었다고 대성통곡을 하는 환자는 잘 없어요. 링거를 잘못 들어가게 한 간호사가 미운 것이 아니라, 또 나쁜 것이 다가 올까봐 무서운 거지요? 그 부위는 더운 수건으로 찜질하면 곧 좋아져요.”
“……”
건강 검진 센터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미숙 씨가 언제 그랬느냐 듯이 방긋 웃었다.
미숙씨가 처음 입원 했을 때, 그녀는 노래교실이 시끄럽다고 아이들이 공부할 때하는 솜방망이처럼 생긴 귀마개까지 했다. 그런데 오늘은 ‘행복한 노래교실’에 참여해서 ‘무조건이야’를 열창하기도 했다. 그 노래는 빠른 곡이라서 숨은 차 보였지만, 노래를 할 때는 아침과는 전혀 다른 미숙 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끼리 행복한 것이 미안해서, 나는 미숙 씨 남편에게 노래 부르는 모습을 휴대폰 사진으로 전송했다. “무조건 불렀겠죠.ㅎㅎ”라고 문자가 왔다.
죽음은 호스피스 병동에만 오는 것이 아니다. 죽음은 밥을 먹다가도 가자고 하면 가야하고, 운전을 하다가도 가자고 찾아오면 따라 가야한다. 행복하게 죽어가는 방법은 없어도, 서로의 도움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많다. 호스피스병동에서는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진 채, 서로에게 행복을 처방 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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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4일 받은 멜
네.. 꼭 그러겠습니다.
다음주 화요일 아침마당에 출연합니다. 제 소원이 혼자가야해라는 동화책을 전국민에게 읽어주는 겁니다.
마침 그 기회가 와서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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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할 만화로 된 동화파일 ㅡ혼자 가야해 ㅡ가 있는데 파일 용량이 커서 올릴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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