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방떡 소녀의 언니입니다. 지난번 글 올린지 벌써 한 달도 넘었네요.
혹시라도 기다리신 분들에게는 죄송하고 또 죄송해요. 역시 제 체력에 아기 둘 키우고 회사 다니면서 종종 블로그에 글까지 쓰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아요.;;;; 그냥 이제 한두달에 한번이라도 글쓰는 것을 목표로 할게요.^^*
이번에는 무슨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동생의 투병을 돕다가 결국 동생을 먼저 보내고 나서 깨닫게 된 것들.. 오방떡소녀로 인해 배운 것들.. 에 대해서 쓰려고 했는데, 오늘 동생 아이디로 오랜만에 접속해보니, 호지킨 환자를 돌보는 어떤 아버님의 질문 쪽지가 와있어서, 이번 글은 그에 대한 답변으로 대신 할까 합니다. 아래 글은 그 분의 쪽지 내용이에요(일부 수정, 생략했어요).
"...뜬금없이 쪽지를 드립니다. 아들이 호지킨 림프종(목과 종격동)으로 현재 투병인데요,항암 주사를 끝내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오방떡 소녀의 경우 재발과 호전을 반복하셨던 같은데, 그 중간에 몸이 좋아지셔서 대학원에 다니셨다는 이야기도 읽었습니다. ... 2008년 회복 당시 어떤 대체의학으로 회복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1. 어느 병원이었는지, 2. 거슨 요법 같은 것이었는지, 3. 기간은 어느 정도로 하셨는지, 4. 어떤 대체의학 방식이었는지, 5. 일과표는 어떠했는지, 6. 치료의 결과(효과)는 어떠했는지, 7. 조언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지... "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데도, 쪽지를 주시는 그 간절한 마음을 제가 잘 알기에.. 또 위와 같은 것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블로그에 공식적으로 글을 쓰기로 했어요.
먼저, 제 동생의 2005년 2월 암 진단 이후 만 6년간의 치료경과는 다음과 같았어요.
----------------------------------------------------------- 2005. 2. 서울대학병원에서 호지킨성 림프종이라는 임파선암 진단, 항암치료 시작 2005. 6.경 항암치료 종료했으나 완전관해 판정을 못 받고, 조금 남은 부분은 추가 방사선치료 받기로 함 (만화에 나왔듯이 친구와 홍콩 싱가폴 여행 후 방사선치료를 시작하기 위하여 CT촬영을 하였는데, 그 결과 암이 더욱 퍼져 다시 항암 1회 후심한 부작용으로 항암 대신 2005. 10.경까지 방사선치료 완료. 그러나 여전히 완전관해 판정은 못받고 조금 흔적이 남은 것 같다는 말을 들음) 2006. 3.경 방사선 부작용으로 인한 극심한 폐렴으로 다시 입원, 치료 후 여름경 다시 암 재발 판정 2006. 가을경 재발 암에 대한 더욱 강력한 항암제 치료를 하면서 골수이식을 검토하다가 병원치료 포기하고 퇴원, 2007.경까지 1년여 동안 요양원을 다니면서 컨디션 어느 정도 회복, 유지 (두번째 책에서 P군과 사귀었던 것도 이 무렵, 그 후 P군과는 여느연인들처럼 사소한 일로 다투다가 성격차이로 헤어졌으나 그 후에도 서로 고맙고 좋게 생각함)
2008. 봄학기 서울대 대학원에 들어가 석사과정 한 학기 하고 건강 악화로 포기, 2학기에는 규장각 영어안내봉사 2008. 12.경 겨울에 기침이 심해져 따뜻한 곳에서 살겠다며 2008. 12.경부터 제주도에서 지내기 시작 2009. 1.경 건강 극도로 악화되어 2009. 2.경부터 충남대학병원에서 다시 항암치료 시작, 당시 의사가 가족들에게 오방떡소녀가 1, 2개월도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 함 그런데 항암치료하면서 기적적으로 회복되어작품활동 시작 2009. 5. 오방떡소녀 첫번째 책 '암은 암, 청춘은 청춘' 출간 (가족들은 유작이 될까봐 가슴졸임) 2010. 5. 실낱같은 희망으로 자가골수이식하여 골수이식에는 성공 무균실과 준무균실에서 인턴선생님과 만남 2010. 6. 병원 퇴원, 7. 6.부터 인턴선생님과 교제 시작 2010. 9.경 골수이식 후 검사 결과 재발 판정받음 그 날 오방떡소녀 일기장에 '재발, 더 많이 퍼져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눈물흘릴 때, 선생님, 같이 울어줘서 고마워요'라고 쓰여있음. 2010. 11.경 오방떡소녀 두번째 책 '오방떡소녀의 행복한 날들' 출간 2010. 12.경부터 골수이식 부작용으로 혈액이 잘 생성되지 않아 2주 간격 수혈로 연명하기 시작 2011. 3. 5. 새벽에 사망. 그 전전날까지도 진통제 쓰지 않고 잘 버티고 있었으나, 이틀동안 열이 나고 힘들어하다가 금세 하늘나라에 가버림. 마지막 두, 세달은 몸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데도 마치 천사같은 모습으로 화를 내지도 않고 (어느 정도 예감했는지도..), 비관하거나 우울해하는 일 없이 자신의 책에 쓴 것처럼 살아있는 매 순간에 충실하게 최선을 다함. ------------------------------------------------------------------- 이제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면요..
오방떡소녀가 시도했던(정확히는 제가 막 시켰던 >.<;;;) 대체요법은 다양한데요. 이상구 박사가 하는 뉴스타트 프로그램에도 몇 번 참여했고, 뉴스타트계열(안식교에서 운영하는 채식강조)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도 길게는 몇달씩 있어보았구요. 뉴스타트와 비슷한 송학운 선생이 하는 '자연생활의 집' 프로그램에도 서너번 가보았었구요. 경희대 한방병원에서 지어주는 넥시아도 먹어보았고, 죽염을 개발한 인산선생 가르침을 주된 지침으로 하는 요양원과 단식원도 가보았네요. 거슨요법과 야채스프 건강법도 조금씩 해보았고, 미슬토도 좀 했었지요.
위 대체요법 중에서 동생에게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것은 뉴스타트계열 요양원이었는데, 그 요양원에서 거의 몇 개월간 지낸 덕분에 대학원까지 갈 정도로 호전되었었어요. 그렇지만 그건 뉴스타트 건강법이 그 자체로 완전한 암치료법이어서가 아니라, 위 요양원에서 시키는대로 채식위주로 신선한 음식을 먹고 운동(특히 등산)하는 것이 워낙 건강에 좋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뉴스타트는 워낙 엄격한 식이요법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많이 주고 사회생활과 병행하기는 너무 어려운 것이 단점이에요. (이것은 다른 대부분 대체요법도 마찬가지구요..)
즉, 누구나 아는 방법-건강한 식생활과 적당한 운동-을 제외하면 위에서 든 대체요법은 거의 효과가 없을뿐 아니라 여러 부작용들도 있어요. 위 대체요법들의 유래를 보면, 암치료 효과가 있다는 신빙성 있는 근거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답니다. 만일 위 대체요법들이 정말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면, 현대의학에서 임상실험을 거쳐 받아들이지 않았을리 없구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지난번 포스팅에서 추천한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되라'는 책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요.)
그런데, 암환자와 가족들은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위와 같은 대체요법에 쉽게 빠져들어요.. 저도 그랬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대체요법은 마치 '마음껏 먹고 운동도 없이 1개월에 20킬로 감량한다'고 선전하는 다이어트약과 같네요. 돈만 엄청나게 썼죠..^^;;
다만 '자연생활의 집'에 웃음강의를 하러 왔던 황재수 강사님(2006년 당시 대장암 말기를 이겨내신지 10여년되셨던 걸로 기억해요)은, "주변의 많은 암환자들을 보니까, 현대의학만 믿어도 어렵고, 대체요법만 하면 일시적으로 나아지는 듯 해도 결국은 안되더라. 현대의학을 기본으로 하고, 건강한 식생활과 적당한 운동 등을 꼭 병행해야 한다" 고 강조하셨었어요.
그러니까, 현대의학에 의지해서, 믿을만한 의사선생님을 만나 열심히 치료받고 부수적으로, 공기좋은 곳에서 신선한 음식을 먹으면서 적당한 운동을 하고 마음을 평안하게 유지하는 것 이상의 좋은 암 치료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위와 같은 조건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랑하는 사람들과 서로 마음을 나누면서 지내는 것일 거예요. 가족들과 떨어져 요양원에서 외롭게 지내야 한다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네요.
그래서, 만일 제가 직접 암투병을 하게 된다면, 저는 절대로 대체요법은 하지 않을 거예요. 좋은 선생님을 찾아서 병원치료를 열심히 받고,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되 고기도 먹는(특히 항암치료 중에는 필수) 신선한 식사를 할 거구요. (건강한 식생활에 대해서 위 대체요법들은 서로 다른 내용이 많아요. 소금을 많이 먹어야 한다, 적게 먹어야 한다는 것부터 발효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 먹으면 안된다는 등 천차만별이에요. 따라서 상식적인 식사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제가 원래 좋아하던 운동(등산과 요가)을 적당히 할 거예요. 그리고 일은 쉬면서 신앙생활과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렇게 최선을 다 했는데도 현대의학에서 가망이 없다고 하는 지경에 이른다면, 호스피스 병원을 다니면서 삶을 잘 정리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겠어요.
물론 위와 같은 투병생활을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거예요. 저도 자신은 별로 없어요. 그렇지만 암치료뿐 아니라 모든 일에는 왕도가 없어요..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아무쪼록 쪽지 주신 아버님, 제 답변이 참고가 되면 좋겠네요.. 더 구체적인 답변이 필요하시다면 다시 쪽지나 덧글 주세요..^^* (아참, 일정표는 '자연생활의 집' 홈피에 있는 일정표가 무난하지만, 개인별로 리듬이 다르니까, 너무 무리하지는 않는게 좋을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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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암과 싸우는 사람들
글쓴이 : 기쁜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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