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쎄이

암환자의 사랑

빅토리기쁜맘 2016. 1. 6. 11:18

제 투병초기에 알게 된 4기 환우(남) 이야기부터 할게요.

그 분이 자신의 병을 알게 된 것은

몇년간의 긴 열애 끝에 결혼한 지 한 달만이었어요.

그분은 진단을 받은 후 고심 끝에 신혼의 아내에게

"나는 앞을 알 수 없는 몸이 됐다. 널 위해 약속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떠나려면 지금 떠나라. 붙잡지 않고 보내주겠다."고 말을 했답니다.

처음에는 멘붕상태로 울던 아내였지만

그 말이 떨어지고 그리 오래지 않아 친정으로 완전히 돌아갔습니다.


그 분 말이 정말로 떠날 줄은 몰랐던 거 같다고,

떠나고나서 한 달간 완전 폐인으로 지냈고

그 다음부터 마음 모질게 먹고 투병하고 있다고.. 그러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던 우리는 다 암환자라서

말은 담담히 하지만 얼마나 그 남자분이 힘들었을까,

떠나간 아내가 야속하게 느껴졌어요.


그 여자분도 쉬운 결정이 절대 아니었겠지요.

사위 말을 전해들은 친정엄마가 지금 아니면 안되겠다 싶어

엄마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그 집에서 나오라고

결사적으로 딸을 헤어지도록 설득했을 수도 있고,

암이 무섭고 간병에 자신이 점점 없어지던 여자는 나중에 사네 못사네하느니

차라리 지금 헤어지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합리화를 했을 수도 있지만,

돌아서는 그 걸음이 절대 가볍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가하면 방송에도 나온 분인데..

사귀는 도중에 자신의 암이 전이재발된 것을 알게 되어

충격 먹은 여자가 갑자기 연락을 끊고 사라지자

상대의 암에 대해 전혀 모르던 남자가 여자를 수소문해서 찾아내곤

사연을 들은 후 자기 집에다 통고를 하고 결혼을 서둘러

여자의 임종까지 살뜰하게 함께 해준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입장에 서느냐에 따라 이 두 이야기에 대해 느끼는 점이 다를 거 같습니다.

배우자(혹은 애인)가 자기 부모에 대해 얼마나 독립적이냐도

결정에 영향을 미칠 거 같습니다.

자식의 앞날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아직도 죽기살기로

결혼을 말리려는 부모가 없지는 않으니까요.


사랑하기 때문에 보내준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끝까지 함께 있고 싶기도 합니다.

상대의 처분에 따라 감수하겠다는 것도 하나의 선택입니다.


진정한 사랑이 무어냐고 토론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사랑이 아니었나보다 고 되뇌이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어떠한 경우에도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지킬 줄 알아야겠습니다.


사랑 이야기의 끝이 그 사람과의 해피앤딩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열심히 투병해서 건강해진 주인공은

떠나간 그 사람의 축복을 빌만큼 아픈만큼 성숙해져서,

더 깊이 행복하고 더 깊이 감사하며 멋진 삶을 살았더래요.. 도

썩 괜챦은 해피앤딩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