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다, 다이어뜨
얼마 전 생전 처음으로 해본 인바디 검사.
체중도 줄여야 한다고 하고 부종도 있고
콜레스테롤수치도 높고, 근육이 너무 없고 지방은 너무 많고 등등..
보건소 직원이 당장 운동시작해서 꾸준히 하지 않음 큰일난다고,
일주일에 3일, 매일 40분 이상을 파워워킹으로 중간에 쉬지 말고 하란다.
난 암 걸리기 이전보다 체중이 10키로 이상이 불은 상태다.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헬스 같은 운동은 기절하게 재미없고
좋아하던 등산은 다리부종에 꽤 부담이 되고
이런 변명을 늘어놓을 만큼 게으르고..ㅋㅋ
밥맛은 너무도 꿀맛이라
계속 늘기만 하던 체중을
이제는 더 이상 방관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도 함 해보자,
남들 다 하는 다이어뜨!! 주먹을 꽉 쥐어본다.
월요일.
빠른 도보로 산길 포함 평지를 도합 1시간 20분 걸었고
2시간 동안 천천히 숲을 거닐었다.
걷는 동안 엄청 더워서 생수를 1L 나 마시긴 했지만
땀도 그 정도는 흘렸으니 쌤쌤이라 보고
자기 전에 체중을 재봤다.
밥은 평소만큼 먹었다.
인바디때 재본 것보다 오히려 조금 늘은 기분이지만..
뭐.. 시작이라고 생각해보자.
아마 물을 넘 먹었나보다.
화요일.
엄마들 모임이 있어서 점심때 외식을 했다.
한정식이었는데.. 코스로 나와서 아 아 안타깝게도 자꾸 먹었지만..
대신 저녁은 연어샐러드만 쬐금 먹었다.
아 참 남편이 주는 맥주 한 컵을 빼먹을 뻔했다.
헐.. 체중이 어제보다 1키로 가뿐하게 늘었다.
평소보다 초과한 양이 1키로까지는 아닐텐데...
똥을 덜 눴나?
내가 중얼중얼거리니 듣던 남편이 맥주도 이젠 같이 못먹겠다고
궁시렁거린다.
수요일.
전날 저녁을 덜 먹어서 배가 고팠던 관계로
아침에 식구들이 남긴 반찬 다 긁어서 밥을 비벼먹고
서울대병원에 골다공약을 타러 갔다오면서
서울대병원->종로5가 보령약국->광장시장에 들러
(이 정도면 꽤 운동한 것이라고 봄)
콩국수를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싹 먹었으나..
먹고 싶던 빈대떡도 안먹고 안사고, 순대도 안먹고 떡볶이도 꾹 참았다.
왜? 살을 빼고 체중을 줄이려고. ㅠ
(그 전에는 광장시장 가면 빈대떡 두 장 사다가 저녁반찬으로 올리곤 했다.ㅋ)
이번엔 저녁을 먹기 전에 체중을 재봤더니.. 제기랄, 이럴 수가!!
화요일보다 1키로가 또 늘은 거다. 저녁도 안먹었는데!
마침 뒤가 마렵기에 후다닥 가서 해결하고 다시 체중계 위에 올랐으나
겨우 100g 줄었다. 어찌 이런 일이!!!
내가 버린 것이 무슨 바나나킥 무게밖에 안된다니..
이래서 내가 우리 집 체중계를 못믿는 것이다.
식구들더러 체중계 위에 올라보라고 했지만 다들 맞는 체중계란다.
저녁밥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안먹으면 분명히 허기때문에 떨리는 손으로 야밤에 냉장고를 뒤질 거 같아
밥공기 바닥에 밥을 깔고 티스푼으로 떠먹듯 먹으며
원인 분석을 해본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아니 뭘 먹었다고
하루새에 또 1키로가 늘을 수가 있단 말인지??
콩국수가 아니라 쇠가루국수라도 먹었던가.
변비도 없고 소변도 이 정도면 잘 보건만... ㅠ
남편이 이런다.
"물만 먹어도 살찐다고 누가 그래서 그럴 리 없다고 했는데..
그런 사람이 있긴 있나봐."
날 위로한다고 하는 말이지만,
그러나, 그건 과학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 사람은 있을 수 없다고,
그 사람은 자기는 적게 먹었다 생각해도 분명 초과해서 먹었을 거라고
주장해왔던 사람이 나다.
한숨과 함께 풀죽은 목소리로 결론을 내려본다.
"아냐.. 아무래도 난 광합성을 하나봐.
많이 나돌아다녔더니 안먹어도 광합성이 잘된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