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서울구치소 탐방

빅토리기쁜맘 2014. 7. 16. 11:08

7월 14일, 우리 교회 목사님께서 서울구치소 여자재소자들을 위한 기도회에서

설교를 하시게 되어, 성가대원들도 함께 서울구치소 여사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교회차에 핸드폰과 핸드백,음료수병을 다 두고 내려야 했고요,

성경책과 성가대 피스(노래 악보집)만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대기실에서 거기 직원에게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객 패찰을 받았습니다.

이미 며칠 전에 참가할 사람들의 주민등록 번호는 다 알려놓은 상태였구요.

 

패찰을 가슴에 착용한 뒤,

공항의 검색대 비슷한 것이 놓여 있는 방을 통해 사동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검색대는 우리가 가져간 먹을 것이 통과하는 거 같았어요. X 레이 같은 걸로

검색하는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캔음료는 재소자들을 위한 간식에 포함될 수 없다고 했던 모양입니다.

(대신 종이팩으로 된 쥬스를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손등에 도장을 찍어주었는데,

젤 타입의 스킨을 인주 대신 쓴 것처럼, 뭔가 촉촉하긴 한데 보이지 않는다 싶었지만

햇빛에 비춰보니 분홍끼가 도는 형광물질이 발라진 듯했습니다.

 

이 검색대가 놓여진 현관방 같은 곳을 지나니 작은 마당이 나오고 그 마당을 지나면

곧바로 여사(여자 사동)였습니다. 그 작은 마당에 한쪽에 봉선화가 소담하게 많이 심어져

있어서.. 메뉴큐어는 당연히 안되지만, 봉선화 물 들이는 것은 허락해주는가..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마음이 애잔하더군요.

 

저희는 3층의 예배실에 가서 약 60명 가량의 여자재소자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목사님은 누가복음 7장 11절~17절의 본문 말씀으로 설교하셨습니다.

나인 성의 과부의 아들이 죽은 장례행렬을 마주한 예수님께서

그 여인을 '보시고' '불쌍히 여기사' '울지 말라 하신' 예수님을 전하면서

사망의 행렬이 아닌, 생명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함께 한 분들께서 예수님을 만나길 축원하고.. 그런 결단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해주셨습니다.

교회에서 시루떡과 자두, 포도, 쥬스, 작은 과자를 일인분씩 포장해서 준비해놓은 것은

예배를 마친 분들이 나눠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배 중간중간에 찌르릇, 하는 기계음이 들렸는데,

현저동에 있던 서울구치소와 영등포 구치소 두 곳에 수감된 적이 있던 저는

그 소리가 면회실에서 들려오는, 면회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소리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벨소리를 몇십년 동안 바꾸지 않았다는 게 참 놀랍습니다)

예배하는 건물과 면회하는 건물이 붙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과연 나와 보니, 바로 옆에 접견실 건물이 붙어 있더라구요.

 

저희가 나올 때는 들어갈 때와 똑같은 경로를 되짚어 나왔는데요,

케이블 티비 <CSI> 같은 프로에서 보았던 것처럼

저희 손등에 어떤 전등같은 걸 비추니 아까 찍었던 도장이 선명한 푸르른 문양으로

나타나더라구요.

재소자가 외부 방문객의 옷으로 갈아 입고 그곳을 통과하는 일이 없도록

그런 절차를 만들었던 모양입니다.

 

81년도, 86년도에 각각 학생운동과 노동운동때문에 투옥된 것이 아득한 옛날 같은데

거의 30년만에 구치소 여사를 들어가서

이제는 특별찬양 반주자의 자리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고, 죽지 않고 살아서 이 자리까지 오게끔 인도하신 주님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81년 영등포 구치소 들어갔을 적에 

재수하던 어린 임신부 학생이 있었어요.

중절비용 마련하려 절도했다가 재범이라 구속되었더랬습니다.

교회에서 마련한 시루떡을 보니

그 아이가 마른 몸에 배가 부르기 시작하여 올챙이처럼 된 배를 안고

"시루떡이 먹고 싶어요.. 시루떡이 먹고 싶어요.."하던 생각이 나더군요. ㅠ

그 학생이 낳은 아기는 지금 33 살쯤 되어 있겠지요.

철없던 엄마였지만, 지금 평안히 건강하게 잘 살고 있기를 바랍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일행을 따라 그대로 돌아오지 못하고

혼자 남아 사진 몇 장을 찍었는데, 그 중 몇 장 올립

니다.

물론 이 사진들은 사동 내 사진은 아니고..

일반인 출입이 가능한 접견실 근처의 사진들입니다.

 

 

 

구치소에서 정문초소까지 가는 동안의 정원의 모습.

여기 앉아 도시락을 먹고 노는 사람은 아마 하나도 없을 거예요.

여긴 일반인들이 쉽게 들락거리는 정원도 아니구요, 바로 앞이

총든 보초가 있는 초소입니다.

그림의 떡이라는 말처럼.. 이 정원이야말로.. 그림인 거죠.

그래도 우리 모두가 원하는 그런 삶을 암시하는 그림입니다.

 

 

                                                 접견객들을 위해 접견건물 한쪽에 마련된 희망갤러리에 전시된 작품들

                                                 한 달 정도마다 작품들이 바뀌는 듯합니다

                                                 약 15개 정도의 작품들이 전시중이었는데, 맛뵈기로 두 작품만 올립니다

                

 

우울한 접견객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은 배려가 느껴지는 작품 선정.

 

 

교도소 재소자들의 재활을 위해 교도소에서 목공이나 비누공예 등의 작업을 하는데,

거기에서 생산된 우수한 작품들을 전시해놓았습니다.

판매도 하는데.. 직접 그 교도소에 전화해서 주문해야 랍니다.

재소자들의 작품은 가짜가 없고. 재료도 만드는 과정도 속임이 없으며

그리고 터무니없이 비싸지 않습니다.

 

 

나왕 원목으로 만든 바둑판이 100,000원.

난 바둑을 할 줄 모르지만, 이 바둑판으로 바둑을 두게 되면..

바둑둘 때마다 늘 겸허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걔중에는 일반사람이 이해못할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갇힌 사람이, 특별히 나쁜 사람은 아니더라구요.

 

이런 물품들이 잘 팔리면, 교도소에서 땀흘리며 재활의 꿈을 다지는 재소자들이

좀더 자신감을 갖고 매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지.

 

사진에는 없지만.. 저는 통판으로 만들어진 좌탁이 참 좋아보이고 갖고 싶더군요.

구치소 화장실에 비치되어 있어서 비누도 써봤는데.. 좋았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구요.

 

물품에 관심있으시면 다음 주소를 클릭해보세요.

http://www.corrections.go.kr/HP/TCOR/cor_mall/index.jsp